의자는 노랗고
바닥은 붉은 타일
책상은 흰색
머리를 붉게 물들인 중년의 남자가 앉아 있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
요즘 장모님 생각이 자주 난다. 아니,
진짜 장모님은 아니고 미래의. 아마도?
그분 귀한 자식을 만나고 있어 영광이라는 생각
다만 전해 들은 바로는, (그분 귀한 자식으로부터)
비가 오면 장모님은 기분이 좋지 않다는 소식. 근래
비가 많이 왔다. 쉴 새 없이.
장모님, 홀로 집에 있다나, 친구 하나 없이
내가 그분을 불쌍히 여길까. 전혀
내가 감히?
다만 왜
비가 오면 슬플까 궁금해
비가 오면 귀가 꽉 들어찬다
욕조에서도 미처 담그지 못하는 귀를
귀는 그러고 보니
숨 쉬는 구멍보다 더 귀한, 영혼이나 저쪽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
콧구멍보다 더 그럴듯하다 귀라면 그곳에, 송과선에 연결되어 있다
내가 떠올린 음악은
모조리 외국 음악
마약도 하고
불륜도 하고
총도 쏘면서
어린 시절
새아빠에게 두들겨 맞아본
엄마의 직업은 말할 수 없고
그런 출신들이 만든 음악
장모님은 비가 오면 슬프다
나도
그 귀로 세차게 들어오는 음악이 있어도
막을 수 없이 흘러들어오는 게 좋아
시작한 일이지만
이 슬픔에 걱정은 필요 없는데
어렴풋이 보았던 그림
사위가 아내 집안의 상주가 되는
점령군같이? 아니 어떤 영화 속 조폭같이?
아니 충분히 점잖을 수 있다.
으레 그러하듯이
의례
자식이 무너지면 그를 잡아줄 무언가 세상이
만들어두었을 거라는 생각
다 알아서
적당히 하겠거니
안 해보셨나요?
그런 생각
장모님
습기 가득한 집에서 에어컨도 켜지 않은 채
슬픔을 꼭꼭 모아두는
저는
당신을
당신은
저를
이해할 수 없어요
우기가
시작되고 있다면
곧 끝난다는 소식일 텐데
앞서갈 수 있는 상상력이
부족해요 내 마음이
그래요
아니. 진짜 장모님은 아니고
미래의
그러나 장모님
한 번뿐이지만 최선을 다했어요.
내게 주어진 달란트를 더 좋은 것으로 바꾸려고
이해하려고
충분히 좋은 사람들과
기다려줄 줄 아는 사람들과
꽉 껴안았어요
서로가
도망가지 않도록
이 마지막 기회를
사랑을 전하고
다음 생에 더 좋은 곳으로
탈주할 수 있도록
그들의 죄수복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났고요
매일 비가 와도 좋아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을 무언가가 있다면
진짜는 아닌
그렇다고 가짜도 아닌
이곳은 카페
어느새
중년의 사내는 떠났다.
내 양옆에는 나처럼
키보드를 두드리는 사람들
너희들은 모르지 아무것도
계속
몰랐으면 좋겠다
우리 장모님
나
너희들의 이야기
그렇지만 닫을 수 없는 구멍으로
흘러들어오는
다섯 번째 새아버지에게서
처음으로 받은 CD 플레이어 이야기
주사기를 팔에 꽂은 채
실려갔던 이야기
붙잡고 오열한 사람
다시는 배반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오른쪽 허벅지에 새겨놓은
딸의 얼굴
하지만 저는 장모님
궁금해요
내 슬픔에는 걱정이 필요 없는데
https://gongsisa.com/board_MKWp68/5996
공정한시인의사회::공시사 - 비 올 때 좋은
비 올 때 좋은 의자는 노랗고 바닥은 붉은 타일 책상은 흰색 머리를 붉게 물들인 중년의 남자가 앉아 있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 요즘 장모님 생각이 자주 난다. 아니, 진짜 장모님은 아니고 미래
gongsisa.com
'키키엄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투사, 가장 미성숙한 방어기제? (0) | 2022.09.07 |
---|---|
지호, 3살 (0) | 2022.09.07 |
여섯살... 공부란 무엇인가... (0) | 2022.08.30 |
워킹맘 다이어리(캐나다 드라마) (0) | 2022.08.29 |
홀로육아 일주일 (0) | 2022.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