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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기도, 프로스트
키키엄마
2022. 8. 18. 13:26
봄 기도
오, 오늘은 이 꽃이나 즐기게 해주소서.
아직도 너무 멀어 불확실한 수확일랑
잊어버리고 오늘은 이곳에서
한해가 소생하는 광경에 빠지게 해주소서.
오, 하얗게 꽃핀 과수원에서 즐겁게 해주소서.
낮은 더없이 아름답고, 밤은 유령 같은 곳,
나무랄 데 없는 과주 주위를 붕붕 나는 무리들,
그 행복한 벌들 속에서 행복하게 해주소서.
벌들 위에서 별안간 지저귀던 새,
그 쏜살같은 새를 보고 행복하게 해주소서.
바늘 같은 부리로 유성처럼 덤비다가
꽃을 떠나 허공에 가만히 서 있는 새.
사랑이란 다름아닌 바로 이런 것,
높으신 목적 위해 사랑을 성화(聖化)함은
하늘에 계신 신의 몫이요,
우리는 사랑을 실천할 뿐입니다.